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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 Nothern Light

willow77 2020. 12. 21. 18:04

대체할 수 없는 바리톤, 피터 마테이가 암포르타스로 메트에 돌아오다
OPERA NEWS FEBRUARY 2018 — VOL. 82, NO. 8
By Henry Stewart
 
 

그레이 코튼/울 수트(살바토레 페라가모), 블랙 셔츠(디올 옴므), 블랙 슈즈(구찌)

 
 
 

폭풍이 몰아치던 한겨울의 일요일. 세계 최고의 바리톤이 지난밤 열린 2017년 시즌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을 마쳤다. 고향인 스웨덴으로 돌아가기 몇 시간 전, 그는 링컨 센터에서 가까운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가졌다. 집에서는 아내와 10대 두 딸, 그리고 ‘나와 함께 유일한 남자’라는 마테이의 패밀리 도그가 기다리고 있다. “그 말고는 모두 여자만 있어요.” 반려견 “래브라두들!”을 소개하는 마테이는 ‘두’를 강조하며 미소 짓는다.
 
반려견 래브라두들의 이름은 스타워즈 속 등장인물 ‘요다’다. 레아, 츄바카 같은 스타워즈 속 등장인물의 이름. “스타워즈를 좋아해요. 스타워즈는 파르지팔과도 조금 비슷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종교적이기도 합니다. 또 좋게 쓰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힘의 양면을 다루죠. 우리를 매료시키는 신화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테이는 이번 달 메트로 돌아와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에서 암포르타스를 부른다. 영화감독 프랑소와즈 지라드 연출로 2013년 3월 초연된 파르지팔은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연출로 주목받았다. 16년 전 메트에서 데뷔한 마테이는 파리 오페라, 스웨덴 왕립 오페라 등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극장에 더해 메트에서 9개의 역할을 불렀다. 방대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진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그는 역할을 마스터하는 것을 좋아하는 전문가다. 공연에서 그는 그날 저녁 최고의 가수일 뿐만 아니라 그 역할 속에서도 손에 꼽히는 연기자다.
 
 

 

2011년 메트 세비야의 이발사. 마우리치오 무라로(바르톨로), 하비에르 카마레나(알마비바), 파타 부르출라제(돈 바질리오), 이사벨 레오나르도(로지나)

 
 
 

예를 들어, 로시니에서 피가로 대한 그의 표현은 피가로의 세대를 정의해버렸다. 오페라 문외한들에게도 친숙해 개성있는 노래를 보여주기 어려운 ‘Largo al factotum’은 너무나도 훌륭해 비교가 무의미해 보인다. 아리아는 싱어송라이터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Born to Run’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지루함이나 기시감 없이 늘 사랑받고 있다. 오히려 평생 리허설을 마치고 처음으로 피가로가 된 것 같이 비웃음과 비꼬는 것을 눈에 띄게 즐긴다. 이탈리아 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은 탄탄한 톤, 흠잡을 데 없는 피치, 리듬 체조 리본 댄스와 같은 레가토를 지녔다. 

“영원히 같은 역할을 할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역할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새로운 역할을 맡으려면 할 게 많아 늘 어렵습니다. 또 대부분 오페라는 스웨덴어가 아니거든요. 아니 항상 스웨덴어가 아니죠.” 그는 말한다. “일을 어떻게 할지 아주 잘 알고 있다면, 힘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하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폭망(fuck up)할 수도 있어요.” 웃으며 뱉는 그의 캐주얼 한 욕설은 마테이의 선량한 매력 중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역할을 아주 잘 배우고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했다면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파르지팔이 그랬어요. 처음 암포르타스를 배웠을 때 저는 제 걸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평생 해온 <돈 지오반니> 역할은 반복해서 할 때마다 그 안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반면 <빌리 버드>는 매우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그 안에서 자유를 찾으려면 언어는 물론 리드미컬 한 구조에 대해 익히고 오케스트라를 밀어붙인다는 느낌이 들 만큼 반복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 역시 당신을 밀어내야 하죠. <돈 지오반니> 공연 때 오케스트라와 함께한다는 것에 행복합니다. 내가 그들을 달리게 하고, 그들 역시 나를 달리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이를 <빌리버드>에서 이루려면 공연을 여러 번 반복 해야 할 거예요.”
 
 

 

브라운 울 오버코트, 블루 캐시미어 스웨터(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라운 레더 벨트(폴 스미스), 청바지(벨스타프), Acne Studios, 마테이 소장 부츠

 
 
그에게 캐릭터를 늘 신선하게 표현하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아주 나쁜 기억이 있어요.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야 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저주입니다. 지난번에 얼마나 좋았는지만 기억나고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기 때문이에요. 이를 감수하기가 쉽지 않아요. 때때로 전 다른 가수들보다 저 스스로를 더 두려워합니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럴 때마다 집중하고, 집중하고, 또 집중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게 됩니다.”
 
 
쉰두 살, 마테이가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다른 직업을 가졌을 것이다.

 
“어렸을 때 클래식 음악을 배우는 게 엘비스 노래를 배우는 것보다 쉬웠어요. 저도 엘비스를 부를 수 있었지만, 북유럽에서는 방법이 없었죠. 엘비스 같은 가수가 되려면 미국 멤피스에서 지내야 했었죠. 하지만 전 그럴 수 없었고,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을 학교에 다녔어요. 제 목소리 역시 튼튼했고, 그에 꼭 걸맞았습니다.”

그는 1991년 스웨덴 왕립 오페라에서 다니엘 보츠 작곡, 잉마르 베리만 연출의 에우리피데스 원작 <박코스 여신도들>에서 펜테우스 역할을 맡았다. (이는 1993년 텔레비전용으로 촬영됐다.) “제 생에 첫 연출가이었습니다. 베리만인 누구인지 처음에는 몰랐어요.” 이후 피터 브룩(돈 지오반니), 파트리스 셰로(죽음의 집), 미카엘 하네케(돈 지오반니), 바틀렛 셔(세비야의 이발사) 등 저명한 연출가들과 함께 일했다. 연출가들이 모두 먼저 마테이를 찾아왔다. “베리만과 함께 일한 게 좋은 시작이었어요. 이후 피터 브룩이 전화를 걸었고 이후 두 명의 마스터와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일에만 집중하고 그들이 유명한 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말 몰랐던 것이기도 했죠. 그런데 그것도 좋아요. 당신이 스타에게 완전히 반한 순간 (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간에) 존경심이 너무 많으면 더 힘들어지거든요.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작품과 역할에 대한 존중이고, 그것은 음악, 표현, 언어, 모든 것에 대한 긍정적인 존경심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아니에요. 글쎄요, 그것이 무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가 현재 연출가들에게서 찾는 것은 ‘열정’이라고 말한다.“그들 역시 우수한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야 합니다. 연출가가 초반에 만족하고 절반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건  최악이에요. 왜 호기심이 없나요? 곧바로 마무리 지으려는 이유가 무엇이죠?”

 

2009년 메트 죽음의 집에서 시시코프 역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연출가 셰로는 분명히 쉽게 만족하는 연출가가 아니었다. 마테이는 2009년 메트에서 야나체크의 <죽음의 집> 중 죄수 시시코프를 극적으로 연기했다. 이 프로덕션은 2007년 엑상 프로방스에서 Gerd Grochowski가 시시코프를 맞으며 초연됐다. 바틀렛 셔는 여기서의 마테이의 활력을 바탕으로 <세비야의 이발사>를 기획했다. 셰로의 프로덕션은 그에게 맞춤 제작된 것처럼 꼭 맞았다. 2막에서 20분 동안 이어지는 시시코프의 독백에서 마테이는 젊은 말론 브란도 같았다. 감정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좌절감을 드러내며 살해에 관한 이야기를 노래했다.
 
 

 

2013년 메트 요나스 카우프만 주연 파르지팔에서 암포르타스 역

 

 
지라드의 파르지팔에서 그의 생생한 표현에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지라드의 연출에 대해 그는 “인위적이지 않은 게 좋다”고 말한다. “부상으로 인한 통증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어요. 당신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대에 내딛는 첫걸음부터 따라갈 수 있어요. 암포르타스의 다리는 부러졌고 매독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의 무덤에 눕기 전까지 보여주는 육체적인 모습에 관객도 공감합니다. 고통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노래하는 특별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단순히 노래를 하는 대신 목소리로도 아픔을 전달하고 흐느끼는 느낌을 주었어요. 사실 우는 것과 노래하는 것은 그렇게 다르지 않아요.”

2013년 메트에서 암포르타스 역을 맡은 그의 공연은 영상으로 남았다. 감정의 실감나는 표현과 음악성은 유능한 배우일 뿐 아니라 완벽한 뮤지션이었다. 마테이의 정확한 피치는 늘 놀랍고, 힘 역시 굉장하다. 1막에서 그는 눈에 띄게 피를 흠뻑 적신 화이트 셔츠를 입고 자신의 신체 상태에 대해 고뇌한다. 6피트가 넘는 큰 키를 가졌지만 더이상 피가 흐르지 않는 사람처럼 나약해 보인다. 그는 일어서기 위해 두 합창단의 어깨를 움켜잡는다. 

“일을 통제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가 역할에 대해 말한다. “작품 속 고통을 통해 표현에 접근하는 확실한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저 숨을 들이마실 뿐이지만 뇌는 느끼고 있어요. 모든 것은 물리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당신을 끌어드리고 자신을 내보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첫째로 전 바그너 음악을 들었을 때 문제가 있었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고, 처음부터 마지막 음표까지 고통스러웠습니다. 강요하지 않는 열정적인 지휘자와 함께하며 올바르게 노래한다면(강요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해요)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레이 코튼/울 수트(살바토레 페라가모), 블랙 셔츠(디올 옴므)

 
 
사랑이 그것과 무슨 상관이죠? 빈 접시가 치워지는 레스토랑에서 마테이가 말합니다.

“베이컨이 정말 맛있네요.” 그는 보통 뉴욕의 ‘Landmarc’같은 트렌디한 곳에서 브런치를 즐기지 않는다. 2014년 마테이는 OPERA NEWS에서 뉴욕시의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 ‘Flame’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인터뷰를 할 걸 그랬다고 말하자 미소짓는다. 마테이는 자신이 현재 공연하고 있는 곳 근처의 새로운 식당을 찾았다. 메트의 북쪽에 있다. “‘Flame’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곳처럼 그리스 느낌도 나네요.”

마테이는 이 도시를 좋아한다. 일하러 왔을 때는 시간 대부분을 혼자 보낸다. “동굴 속에 머물며 산책을 하고 무언가를 먹어요. 다른 사람과의 만남없이 혼자 머무는 것을 좋아합니다. (웃음) 그러다 보면 무대에 올랐을 때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갈망이 생겨요. 1~2주 동안 아팠다가 다음날 누군가를 만나면 대화를 하고싶은 것과 비슷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중간에 너무 재미있게 지내면 좋은 에너지를 얻기가 쉽지 않아요.” 마테이는 아파트에서 혼자 머물며 벤조를 연습한다. 천천히 손가락 따기 패턴을 살펴보고 얼 스크럭스의 음반을 들으며 그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단순한 팬이라면 그 수수께끼를 고맙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테이 같은 아티스트는 이를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나는 마테이에게 전날 벌어진 사건에 대해 물었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그와 함께 나온 하비에르 카마레나는 <청교도>에서 하이 F를 부르고 야유를 받았다. “누군가가 노래를 오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노래가 고음으로 올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요.” 그는 말한다. “음악은 음을 높이 올리기까지의 모든 과정입니다. 음악이 주는 모든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것 같아요. 운동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음악은 저에게 그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음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마음을 움직일까요? 다른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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