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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바리톤 피터 마테이가 말하는 <보체크>

willow77 2020. 12. 27. 01:38

PLAYBILL 2020. 01. 20

피터 마테이가 남아공 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새로운 작품, 베르크의 <보체크> 타이틀 롤로 데뷔하며 메트의 또 다른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올바르게 일하고 싶어요.”

그가 <보체크> 데뷔를 앞두고 리허설과 공연에 임하는 다짐을 전한다. 최근 메트에서 그의 위풍당당한 목소리와 최고의 연기를 본 사람이라면 다소 절제된 표현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기 위해 그가 자신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니 ‘올바른’의 기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과정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가보지 못했기에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테이의 말처럼 메트가 그의 레퍼토리에 <보체크>를 추가할지 물었을 때 그는 베르크의 끔찍한 심리 스릴러에 뛰어들고 싶은지 결정해야 했다.

마테이는 오페라 속 음악과 텍스트, 인물이 만드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조합이 그 선택을 쉽게 만들어주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주변 모든 사람에게 학대와 비하를 받고 궁극적으로 자녀의 어머니를 죽이려는 광기와 질투에 휩싸인 정서적, 심리적으로 손상된 병사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가장 기본적인 측면까지도 고심했다.

“보체크가 왜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대우받았다면 입을 열지 않았을 겁니다.” 이에 대해 그는 몇 가지 설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최종적인 답은 나중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켄드리지 감독과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 마리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엘자 반 덴 히버와의 리허설 과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다른 동료들 역시 통일된 시각으로 오페라를 바라보고 있다. “지형을 알기 전에 캐릭터를 해석하는 것은 소용없어요. 달리는 도로에 따라 지프를 고를 지 리무진을 고를지가 결정됩니다.”

일단 지도가 완성되면 마테이는 관객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한다.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노래, 노래가 없을 때도 캐릭터의 생각을 드러내는 몸짓, 주변에 대한 현실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이는 가수의 최우선 목표인 ‘음악’이 완벽해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95%의 노력을 노래와 음악에 쏟고, 5%만 연기에 집중합니다.” 마테이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은 점점 쉬워지고, 연기를 할 여유를 얻게 되죠. 일단 음악을 확실히 알게 되면 이에 맞춰 연기도 하고, 저글링도 하고,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특별한 생각 없이도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입니다.”

화려하고 복잡한 <보체크> 속 음악을 완벽하게 체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오페라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 역시 그 어려움 속에 있다. “햇볕만 잘 들고 즐겁기만 했다면 음악은 그다지 좋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보체크>는 끔찍한 이야기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입니다. 그 중심에 음악이 있어요. 한 마디만 들으면 오페라의 내용을 알 수 있죠.”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이 정확하게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소 끔찍한 소리와 뉘앙스, 이상한 표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노래를 제대로 하고 오케스트라가 정확히 템포를 맞추는 모습이 정밀한 시계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무척 어려워요.”

마테이는 가수와 오케스트라의 관계에 있어 특별한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테마 자체는 선율적이지만 항상 반음씩 내려가거나 올라갑니다. 코드에도 늘 불협화음이 있죠. 음악 속에 인물의 고통을 나타내는 긴장감이 끊임없이 나타나요.”

그 긴장과 고통이 작품의 핵심이다. <보체크>는 19세기 독일 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질투심에 사로 잡혀 함께 살던 여성을 찔러 죽인 이 사건은 언론에서도 조명됐고, <보체크>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트루 크라임’ 장르에 센세이션 한 이정표를 남겼다.

 

“당시, 사람들은 그의 정신 상태에 대해 매우 흥미로워 했고, 사건을 벌어지게 만든 정신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습니다. 하지만 <보체크>는 이를 도덕적으로 구별짓는 작품이 아닙니다. 보체크나 마리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그들이 힘든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줄 뿐이에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노래와 연기를 통해 오페라를 마주하는 관객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효과가 있다면 불편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의미라고 생각해요.”

 

www.playbill.com/article/swedish-baritone-peter-mattei-talks-about-performing-wozze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