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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질/그밖에

마테이 뉴롤 : 살로메 요하난

willow77 2024. 4. 21. 22:07

 


메트가 다음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한 가운데 메트빠인 마테이가 여기서 두 개 작품으로 롤데뷔를 하신단다. 하나는 2025년 3월에 하는 동명 소설 원작의 현대오페라 〈모비딕〉이고 다른 하나는 4~5월에 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이다. 새로운 롤 잘 맡지도 않으면서 메트에서 두 개씩이나 하다니… 메트에 대체 무슨 꿀을 발라놨길래 맨날 거기서 활동하시나요… 〈모비딕〉은 나중에 공부하기로 하고 익숙한 〈살로메〉 먼저 파봤다.
 

클라우스 구스의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라 보엠



최근 10년간 가장 잘 나가는 연출가를 꼽았을 때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클라우스 구스(Clauth Guth) 연출의 작품으로 사실 한물가지 않았나 싶었는데 여전히 주요 극장의 새로운 프로덕션 제작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요즘 활동하는 연출가 중 가장 많은 영상물을 발매한 감독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그중에서도 대표작은 지금도 리바이벌되고 있는 2006년 잘츠부르크 〈피가로의 결혼〉. 개그 포인트 가득한 원작의 느낌을 싹 빼고 심리 스릴러 사이코 드라마로 만들면서 박수와 야유를 동시에 받았다. 영상물은 아르농쿠르 지휘에 일데브란도 다칸젤로, 안나 네트렙코, 보 스코부스, 도로테아 뢰슈만 출연으로 나왔는데 저 가수들과 비슷한 연배의 바리톤과 소프라노들은 다들 한 번씩 다 했을 만큼 정말 여러번 리바이벌 됐었다. 불행하게도 나는 〈피가로의 결혼〉을 저 연출로 처음 접했는데 겁나 우울하고 정신 나간 스토리인 줄 알았음. 이외에도 얼마 전에 마테이가 파리에서 뛰었던 총 맞고 숲속 헤매는 〈돈 조반니〉, 우주 버전  〈라 보엠〉 등등 영화적인 느낌이 나는 연출과 해석을 많이 보여줬었다. 클라우스 구스의 예전 연출을 생각해보면 자기가 설정한 세계의 배경에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었는데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계단으로 층위가 나뉜 대저택의 모습, 〈돈 조반니〉 때는 빽빽히 우거진 나무 숲, 〈라 보엠〉 때는 그야말로 우주와 우주선의 모습을 상당히 실감 나게 보여줬다. 요즘 연출은 구체적인 배경보다는 상징에 더 신경 쓰는 것 같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특히 최근 빈에서 카우프만 주연으로 올렸던 〈투란도트〉는 너무 별로였음…
 



이번에 메트에서 올리는 〈살로메〉는 러시아 볼쇼이 극장과 공동으로 제작했는데 볼쇼이 극장에서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 음악감독 투간 소키예프 (Tugan TSokhiev) 지휘, 아스믹 그리고리안(Asmik Grigorian) 주연으로 이미 올렸다. 〈살로메〉는 1905년에 드레스덴 극장을 초연으로 이듬해까지 유럽에서 활발히 공연됐지만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있었던 1917년 이후에 초연했고 볼쇼이 극장에는 1925년이 돼서야 선보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2021년에 열렸던 공연이 볼쇼이 극장의 두 번째 〈살로메〉 상연이었다. (출처 : https://bolshoi.ru/en/performances/opera/salomeya)

기사를 찾아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메트 총감독인 피터 겔브가 볼쇼이 극장과의 관계를 끊으면서 메트 프리미어 일정이 잠정적으로 미뤄졌다고 한다. 더 이상 미루기에는 올릴 작품이 없던 건지, 전쟁이 생각보다 오래가서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전쟁에 대항하는 의미로 관계를 끊었다가 다시 가져와서 올리는 폼이 영 좋진 못하다. ㅡㅡ 아무튼 브로드캐스트 목록에도 올라갔음. 그리고 이 연출은 2022년 러시아 연극연맹이 주는 골든마스크(Golden Mask Award) 최우수감독상 후보를 비롯해 세트, 의상, 조명 등 8개 부문에 올라갔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대표시로 후보 지명을 거부했다. 그만큼 작품성을 꽤 인정받았다. 연출의 배경은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이 쓰였던 19세기 말로 2000년대를 앞두고 우리가 혼란스러웠던 것처럼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동시에 발전된 문명이 오히려 사회를 퇴화시킨다는 냉소주의가 가득했다고 한다. 이를 가르키는 프랑스어 ‘Fin de siècle(세기의 끝)’이 연출의 전반적인 주제인 듯하다. 
 



근데 다 필요 없고 요하난 꼴이 말이 아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볼쇼이 극장 상연 때 스틸이 몇 장 올라와 있는데 얼굴을 포함해 온몸을 하얀 칠로 뒤덮고 샅바만 입은 채 쇠사슬에 묶여있다. 요하난이 죄인으로 몰려 갇혀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큰 스크린으로 이 꼴을 보자니 영화관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최근에 고향에서 한 〈파르지팔〉에서도 저런 비슷한 꼴로 나온던데 ㅠㅠ 주로 베이스 바리톤들이 맡는 이 역할을 감미로운 음색을 가진 마테이가 하기엔 조금 낮고 무겁지 않나 싶은데 어떻게 소화해낼지 궁금하다. 특히나 처음 등장하면서 부르는 노래랑 질척거리는 살로메를 떼어 놓으면서 부르는 노래도 좋은데 너무 기대됨.

마테이만큼 기대되는 사람은 타이틀롤인 엘자 반 덴 히버(Elza van den Heever)로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이미 한번 살로메를 뛴 적이 있다. 그레고리안과 함께 요즘 정말 잘 나가고 있는 소프라노인데 개인적으로 그레고리안보다 음색이 더 개성있고 돋보인다. 체급은 메조 또는 알토지만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최고임. 종종 모차르트나 벨칸토할 때도 있는데 슈트라우스나 바그너, 베르크 같은 현대오페라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마테이랑은 코시국 직전인 2020년에 베르크의 〈보체크〉를 함께 뛴 적이 있는데 그때도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음. 아래는 내 웃음벨짤인 야닉 네제 세겡(Yannick Nézet-Séguin), 호스트였던 바리톤 베이스 에릭 오웬스(Eric Owens)와의 포샷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덩치들 사이에서 너무나 아담한 마에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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