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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돈 속 파리가로의 결혼

willow77 2022. 2. 2. 17:48

오미크론으로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프랑스는 하루에 41만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근데 지금 마테이가 파리에 있음... 작년 여름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파리 가르니에 극장 새 프로덕션 <피가로의 결혼>을 하기 위해서인데 지금 이 공연은 출연진들이 족족 건강문제로 뻗는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열라고 발버둥 치고 있다.

뭔가 처음부터 되게 정신없는 느낌이었음. 가수들 교체가 워낙 잦아서 파리 공식 홈페이지 속 캐스트 페이지도 되게 지저분해졌다.ㅋㅋㅋ 우선 타이틀롤이 일데브란도 다칸젤로로 예정돼 있었는데 공연 몇 달 전 처음 보는 베이스 바리톤으로 교체된다 하더니 공연 전날, 루카 피사로니로 또 바뀌었다. 바뀌고 나서 뉴스가 올라온 걸 보니 급하게 바뀌었나 본데 피사로니는 취리히에서 <안나 볼레나> 끝나자마자 파리로 넘어와 ‘전날까지 왕이었는데 오늘은 하인이 되었어요’라며 SNS 올려서 알았음.

 


그리고 수잔나는 원래 첫공부터 끝까지 쭉 중국 소프라노 잉 팡이었음. 메트에서 나와 유럽 극장 도장깨기 하던 중 이번 공연으로 파리 가르니에도 데뷔했다. 근데 잉 팡도 드레스 리허설까지 다 하고선 첫공 날 뻗었다... 코로나 확진됐다는 말은 없었지만, 어쨌든 몸상태가 안좋아서 오프닝 공연을 못했음. 지휘를 맡은 두다멜이 부랴부랴 안나 엘 카셈(Anna El-Khashem)이라는 첨보는 소프라노를 데려와 첫 공을 떼웠다. 필모를 보니 이번 파리 극장이 본인 경력 최고 아웃풋인 것 같던데... 케루비노는 레아 데산드레(Lea Desandre)라고 나는 몰랐지만, 요새 잘나가는 메조인가 봄.

아무튼 이렇게 어찌저찌 1월 21일 대망의 첫공을 올렸다. 고인물 대잔치라고 생각했던 공연이 마테이, 피사로니 빼곤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졌다. 드레스 리허설까지 맞춰본 주역이 빠져 급하게 대타가 들어가고 캐스트도 계속 바뀌어서 그랬는지, 이날 리뷰 속 위너는 다름아닌 마르첼리나 역의 도로테아 뢰슈만이었다. ㅋㅋㅋㅋㅋㅋ 늘 백작부인으로 보던 뢰슈만이 마르첼리나로 나온대서 너무 씁쓸했는데 마르첼리나 하지말고 커버로 서지 아쉬움이 남는다. 남자들은 몇백 번 한 역할이라 그런지 별 얘기 없이 넘어갔는데 마르첼리나 빼고 소프라노들 모두 노래 못한다고 욕먹음. 그리고 첫공 직후 케루비노 역의 레아 데산드레도 코로나 때문인지 다른 건강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커버가 서게 됐다며 SNS에 올렸다. 결국 25일, 27일 공연은 투 매니 아티스트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취소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어제. 다들 한 번씩 돌아가며 커버 세우는 가운데서도 잘 버텨주던 마테이가 건강 문제라며 2월 1일, 3일 공연에 커버를 세운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역시나 코로나 때문이란 얘긴 없었음. 일단 두 개 공연만 크리스토퍼 말트먼이 뛰기로 했는데 과연 7일부터 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상황이 유난히 빡치는 건 2월 3일 공연이 생중계하기로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올린 사골 오페라 새 프로덕션인 만큼 블루레이 발매도 기대했는데 결국 마테이가 여기 못 나오게 된 것.......... 이걸로 피사로니와의 투샷도 말끔한 수트입고 나오는 알마비바도 날아갔다. 넌씨눈 피사로니가 지 SNS에 ‘우리 공연 살려준 히어로’라며 말트먼과의 투샷을 올렸는데 때리고 싶었다. 이게 대체 얼마만의 풀 스테이지였는데.... 흑

빡치는거랑 별개로 마테이의 몸상태도 진짜 많이 우려스러움. 코로나 터지기 전에 정신 못차릴 정도로 아픈 가운데서도 보체크 공연 다 뛰고, 덕질한지는 얼마 안 됐지만, 본인이 커버로 뛰는 건 봤어도 커버를 세운다는 건 첨들어봐서 대체 얼마나 아픈가 걱정된다. 부디 심각하진 않은데 방송 중계가 예정돼있어 부담스러워서 커버 세운 거길 바람.

대환장 파티 가운데서 올린 파리 <피가로의 결혼>은 예상만큼 좋은 반응을 얻진 못하고 있다. 보컬 문제를 둘째 치더라도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도 그냥 그랬던 모양. 두다멜은 비교적 최근인 2015년 운터 덴 린덴에서 올렸던 <피가로의 결혼> 영상물에서도 인상적인 지휘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연출상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호흡이 길고 전반적으로 반주가 느리다보니 팡팡 터져야 할 부분이 맥아리 없게 들렸다.

 


연출의 큰 틀은 무대 자체가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이다. 알마비바와 백작부인은 그 극장 스타 가수, 피가로는 소품담당, 수잔나는 드레서, 바르톨로는 감독이다. 공연을 보지 않았지만, 그냥 이 설정만으로도 감독이 뭔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1막 합창도 무슨 노조 시위로 바꾸고, 무대 곳곳에 성범죄를 멈추어야 한다는 표어가 붙는다던데 5년 전쯤 영화계를 시작으로 번져나갔던 클래식계 미투 열풍이 기억난다. 스틸샷 보고 고전 의상이 뜬금없이 왜 나오나 했는데 극 안에서 극을 준비하는 그런 이야기인가 보다.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서는 무대가 제대로 돌아간 날이 하루도 없다니 마음이 아프다. 코로나가 정말 성악 가수들에게는 최악인 질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국경 넘어 이 나라 저 나라 다니고, 오케는 마스크라도 낄 수 있는데 이건 뭐. 빨리 나아 얼른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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