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페테르 마테이
- 대구오페라극장
- 메트 오페라
- 마틴 쿠제이
- 돈 조반니
- 돈 지오반니
- 대구오페라하우스
- 볼프강 아블리어 슈페르하케
- 줄리오 프란디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 엘자 반 덴 히버
- Peter Mattei
- 푸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 Le Nozze Di Figaro
- 안드레아스 볼프
- 테너 유준호
- The Met: Live in HD
- 메트 오페라 하우스
- 서울시오페라단
- 바리톤 이동환
- 광란의오를란도
- 오페라
- 필립 자루스키
- Elza van den Heever
- Freiburger Barockorchester
- Don Giovanni
- Krzysztof Warlikowski
- 피가로의 결혼
- 피터 마테이
- 살로메
- Today
- Total
숨어서 하는 블로그
#이용훈#이용훈#이용훈,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231028 본문
국립오페라단의 여러 뻘짓 가운데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점은 ‘대체 왜 연출가를 해외에서 데리고 오는가’이다. 민간 오페라단도 아니고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오페라단이 연출가를 육성해도 모자랄 판에 해외에서 비싼 돈 주고 연출가를 데려오는 게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게 국내 정서에 공감이 된다면 반감이 덜하겠는데 재작년에 올린 <삼손과 데릴라>처럼 독일 나치를 배경으로 하는 생뚱맞은 연출이 등장할 때가 더 많다. 개인적으로 이건 지휘자나 연주자를 해외 캐스팅하는 것과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오페라에서 연출 보는 것을 즐기지만 오케스트라+솔리스트 성악가의 연주 영역과 연출은 아주 확실히 구분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돈 조반니>에서 마지막 합창을 뺀다든지, <투란도트>에서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까지만 무대에 올린다든지 하는 것처럼 연출에 따라 오케스트라 연주가 조금씩 달라질 순 있지만, 근본이 바뀌진 않는다. 노래 역시 마찬가지. 무궁무진한 해석이 가능한 바로크조차도 정해진 악보가 있고 줄거리가 있으며, 등장인물들은 정해진 장면에서 정해진 노래를 부른다. 이 작품을 충분히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에 맞는 객원들을 충분히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연출은? 솔직히 없어도 공연하는데 전혀 지장 없음. 해외에선 오케랑 가수들만 데리고 연기 전혀 없는 콘체르탄테로도 왕왕 열리며, 세미 무대만 만들어 간단한 연기만 하는 공연은 국내에도 많다. 두 가지 분야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오페라는 연기보단 노래가 중심이고, 연출의 해석을 논하기 전에 일단 연주를 잘해야 하는 공연예술 맞음. 이처럼 무대의 부가적인 요소인 연출을 해외에서 사 와서 올리는 게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근데 어제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를 보니 초큼 이해가 간다능…

국내 오페라 공연을 보면 이게 학예회인지 오페라 공연인지 모르겠는 의상과 세트 수준 때문에 그냥 다 빼고 노래만 듣는 게 낫겠다 싶을 때가 많다. 그 우스꽝스러운 의상과 세트조차도 돈이 상당히 많이 깨지고 줄거리만 대략 알고 온다면 등장인물이 뭘 입고 어디서 노래하는지는 작품을 보는데 하등 문제를 끼치지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올린 <투란도트>는 이런 국내 무대의 오페라 연출 문제를 의식한 것인지, 해외에서 연출가 사 오는 국립오페라단을 의식한 건지는 몰라도 손진책이라는 연극 거장을 데려다 레지테아터를 시도했고 결과는 이렇게 할 거면 그냥 학예회가 낫다 생각될 만큼 공감이 안 됐다. 까는 글은 웬만하면 기록하고 싶지 않은데… 솔리스트들의 빛나는 노래에 비해 연출이 너무 별로. 서울시오페라단에서 큰 어필 없이 그냥 넘어갔으면 모르겠는데 공연하기 전부터 완전히 달라진 <투란도트>라느니, 손진책과 이용훈 두 거장의 만남이라느니 온갖 설레발을 떨었기 때문에 연출 얘기를 안할 수가 없음
무대는 화려한 왕궁 대신 시종일관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진행된다. 조명도 크게 변화가 없고 칼라프를 뺀 모든 등장인물의 의상도 무채색이다. 민중은 권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억압당하고 2막 핑, 팡, 퐁의 노래에서는 안기부 배경 영화에서 봄 직한 고문 장면도 등장한다. 손진책 연출가는 투란도트와 칼라프 왕자가 아닌 자기를 희생한 ‘류’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사실 그것부터가 신박한 변주는 아님. 이미 <투란도트>의 억지 결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한발 더 나아가 오리엔탈리즘이 들어간 서사라고 비판받기도 하면서 류가 죽는 부분에서 극을 끝내 버리거나 칼라프가 투란도트를 죽이는 결말로 변경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칼라프의 사랑을 뒤로하고 투란도트가 류처럼 자살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보통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리는 간주곡에서는 암전이 됐고 피날레 합창에서는 커다란 원 안에 투란도트와 류가 등장하더니 모든 등장인물이 흰옷을 입고 걸어오며 끝난다. 왠지 마술피리 결말 같은 느낌이….
투란도트의 죽음으로 민중이 해방됐다던가, 아니면 천국에서 다 같이 만났다는 걸로 받아들여졌는데 두 가지 해석 다 이해가 가지 않음. 처음에는 왠지 칼라프랑 투란도트가 있어야 할 자리에 투란도트와 류가 있길래 여성 서사인가 했는데, 그들과 함께 칼라프를 포함한 모든 인물이 함께 걸어나오며 이도 저도 아닌 내용이 돼버렸다. 그리고 투란도트가 자기 행동을 반성하면서 목숨을 끊은 것인지, 이방인의 손에 끌려가기 싫어 죽은 것인지도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손진책은 이번이 오페라 첫 연출이라고 하는데 원작에 대한 이해가 상당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민중 해방’이라는 사회적 메시지에 너무 함몰돼 그동안 쌓아온 세 사람의 서사가 모두 뭉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의상은 정말 할 말을 잃게 했다 ㅋㅋㅋㅋㅋ 그냥 기성복을 입는 게 백번 나을 것 같은 비주얼. 가장 화려해야 할 투란도트의 의상조차 커튼콜 때 보니 예술감독 의상이 더 돋보였음. 적은 예산에 올린 공연이라 애로사항이 많았겠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미니멀리즘으로 가는 게 나았어요…
근데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이번 공연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이유는 역시나 노래 잘하는 한국인들 덕분. 오케 연주는 솔직히 빵빵 터지지 않아서 <투란도트>임에도 불구하고 챔버 오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케스트라 피트를 조금 더 올리거나 편성을 추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투란도트>에는 합창이 많은데 이날 어린이 합창단이 진짜 잘했다. 소리도 너무 선명하고 딕션도 정말 찰지게 참 잘 부름 ㅋㅋㅋㅋㅋ 해외 어린이 합창단에서 들을 수 없는 우리나라 아이들만의 동요 부르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음악과 유난히 잘 어울렸다. 솔리스트들도 당연히 최고였는데 타이틀롤 맡은 이윤정은 호흡이 조금 짧아 아쉬웠지만 다소 우악스러운 해외 캐스트들 보다가 보니 투란도트 역할에 당위성도 충분히 살려주는, 그 와중에 소리도 너무 예쁘고 성량도 이용훈 못지않았다. ‘류’ 맡은 서선영 역시 노래도 연기도 좋았다. 내지르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지만, 강약을 조절하며 고음을 작은 소리로 이어가는 테크닉이 예술이었음. 티무르도 핑, 팡, 퐁도 하물며 만다린도 다들 너무 잘함.
그중에서도 이용훈은 이용훈이었다. 이용훈은 드레스덴 공연이 잠시 휴식기 갖는 동안 잠깐 입국해 부랴부랴 국내 데뷔를 하게 됐는데(근데 그 드레스덴 공연도 칼라프역임) 칼라프 100번 이상의 짬은 어디 가지 않았다. 첫 등장부터 그 넓은 세종문화회관을 바로 접수하셨음. 노래 실력만큼 놀라운 건 비주얼이었다. 머리가 너무 작아… 키가 크진 않은데 비율이 탈아시아라 저세상간 의상도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리고 음색이 진짜 전성기때 카우프만이랑 되게 닮았다. 1, 2막 때 넋 놓고 보고 있던지라 인터미션 이후 있을 ‘네순 도르마’에 기대가 컸는데 길게 음을 더 이어가야 할 부분에서 끊어져 조금 아쉬웠다. 유튜브 클립을 보니 다른 공연에서도 그렇게 부르는 걸 보면 가수의 버릇인 듯. 그리고 시차 적응도 잘 안되고, 좋은 컨디션에서 공연하지 못해 아쉽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마지막 ‘빈체로!’ 부분에서 살짝 목소리가 갈라졌음.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가 쏟아져 나왔는데 스스로도 아쉬웠는지 몰입을 깨고 지휘자랑 사인을 주고받더니 무려 ‘네순 도르마’를 앵콜했다 ㅋㅋㅋㅋㅋ

이번 <투란도트> 연출이 무척 별로긴 했지만, 그럼에도 국내 연출가들이 만드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페라 속에서 연출과 연주는 분명 별개이긴 하지만, 그 옛날 만들어진 고전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현재와 연결되는 요소가 작품 속에 담겨있어야 하고, 오페라에서는 이는 연출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고전이지만, 한국 관객만의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요소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국내 예술인들이 함께 만들어 올리는 무대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문화개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영국제음악제 푸라이부르크 오케스트라 마태수난곡 240405 (1) | 2024.04.21 |
---|---|
늦게 쓰는 2023년 최악의 공연 후기, 서울시오페라단 갈라쇼 231209 (1) | 2023.12.22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살로메 231007 (1) | 2023.10.13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돈 조반니 221007 (0) | 2022.10.20 |
평창대관령음악제, 평창 페스티벌 바로크 앙상블 220720 (0) | 202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