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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이 신보 ‘Barefoot Songs(Barfota sånger)’ 본문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이후 3년 만에 마테이 신보가 나왔다. 스웨덴 작곡가 구스타프 알란 페테르손(Gustaf Allan Pettersson)의 ‘6 Songs’와 ‘Barefoot Songs(Barfota sånger)’를 담았다. 팬 아니었으면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들을 일 없을 정도로 레어한 곡이다. 얼마나 레어하냐면 저 ‘Barefoot Songs’는 오케스트라 버전도 있는데 유튜브에는 일단 연주 영상이 하나도 없다. 알란 페테르손 자체가 레어하다 보니 이 사람이 쓴 교향곡 앨범만 몇 개 있고, ‘Barefoot Songs’ 성악 버전은 무슨 어디 교회나 성당에서 직캠으로 찍은 동영상만 있음. 아마존에도 몇 개 뜨지 않을뿐더러 떠봤자 오케 버전. 교향곡은 그래도 자국 오케로 가아아아끔씩 공연하는 것 같긴 함. 그나마 ‘Barefoot Songs’는 뭐라도 나오는데 ‘6 Songs’는 그냥 아무것도 없다. 마테이 정도의 네임드 성악가가 규모 있는 음반사랑 낸 건 이번이 처음인 듯.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인지 꽤 호평받았다. 노먼 레브레히트는 별 4개 반이나 줬음. ‘Truly worth hearing’이람서.


작곡가가 누구인지, 무슨 뜻인지,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진 노래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들었을 때 <겨울나그네>랑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1번 노래는 멜로디가 되게 익숙하게 들렸는데 전체적으로 1.5배가량 더 우울한 <겨울나그네> 같음. 피아노 반주 독창곡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존나 우울하다. 겨울나그네는 그래도 중간중간 ‘보리수’나, ‘역마차’ 등등 장조 풍 빠른 노래들은 나름 신나는데 이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함.


그도 그럴 것이 알란 페테르손은 슈베르트 버금가는 가난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대장장이 아버지와 양장점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온 가족이 방 한 칸짜리 지하실에서 살았는데 10살 때 크리스마스 카드를 팔아 번 돈으로 처음 바이올린을 구입해 연주했다고 한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음에도 음악을 향한 관심은 이어졌고 바이올리니스트로 먼저 경력을 시작했다. 1930년 스웨덴 왕립 음악원에 들어간 후 본격적으로 작곡을 배운 듯하다.

교향곡을 17곡이나 만들었는데 그중 가장 성공한 것은 7번. 1968년 10월 13일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초연되었고 국제적으로도 먹혔다. 1975년쯤 ‘투어를 둘러싼 논쟁 이후’ 스톡홀름 필하모닉에서 그의 음악을 연주하길 영원히 금지했다는데 무슨 논쟁인지는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음. 노먼 레브레히트 말에 따르면 노동자 계급 흙수저인 페테르손 음악이 스웨덴을 대표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하는데 정치적 이유가 섞여 있는 듯하다. 다행히 금지령은 1년 만에 풀렸음. 쉰이 되었을 쯤 국가로부터 평생 연금도 받고, 1977년에는 스웨덴 왕실 메달도 수여 받았지만 관절염에 신장병까지 앓고 있던 그는 1980년 교향곡 17번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6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스웨덴에서 20세기 가장 중요한 스웨덴 작곡가 중 한 명이라고. (그러나 ‘중 한 명’이라고 하기에는 스웨덴 다른 작곡가가 떠오르지 않음)
수많은 음악을 만든 그에게 마테이가 낸 이 ‘Barefoot Songs, 맨발의 노래’는 그의 경력 초창기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노래 제목은 맨발로 가시덤불과 엉겅퀴 사이를 걷는 어린 소녀에 관한 노래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가 이후에 짓는 많은 교향곡과 협주곡에 이 맨발의 노래 주제와 멜로디를 자주 사용했다.
모든 노래에서 유려한 레가토를 보여주는 마테이답게 이 노래도 개우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감미롭다. 또 스웨덴어로 노래 부를 때마다 느낄 수 있는 마테이 특유의 자신만만함도 반주를 뚫고 전달된다. 스웨덴어는 모르지만 뭔가 발음이 되게 쫀득쫀득하달까. 공연을 별로 안 뛰셔서 그런지 목소리도 짱짱함. 최근 느끼는 거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확실히 예전보다 목소리가 묵직해지는 게 막귀로도 느껴진다. 초창기 앨범이나 공연은 물론 10여 년 전인 2011년 라스칼라 <돈 조반니>만 봐도 세상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음. 늘 그렇듯 앨범 자켓은 대충 만들었다. 환갑 앞두고 떡볶이 코트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마테이 근황을 이야기 하자면, 올해 초 올라온 소문에 의하면 내년에 메트에서 새 프로덕션으로 올리는 슈트라우스 <살로메>에서 마테이가 요한을 맡는다는 썰이 있었다. 소문이라고 하는 이유는 공식적인 건 아니고 무슨 메트 팬 포럼 커뮤니티? 라는 곳에 올라온 소식이었다. 너무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롤 데뷔라 기대했지만 이후 발표된 메트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식이었음. 그 썰이랑 코로나로 엎어졌던 파리랑 공동 연출로 만든 <돈 조반니>할꺼란 썰 두 개 올라왔는데 후자만 공식 일정이 되었다. 근데 당시 그 공연 타이틀 롤이 러시아 소프라노 그분이었던 터라 엎어졌다는 소리도 있고. 암튼 독실한 크리스찬이기에 만약 나중에라도 요한을 맡는다면 혼을 담은 연기와 노래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마테이는 최근 생전 가지도 않던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오페라 극장 Palau de les Arts reina sofía, 소피아 왕비 기념 극장에서 6월 5일까지 <보체크>를 뛰었다. 예전에 킨리사이드가 했던 엄청 엄한 연출로 알고 있는데 다행히 타이틀 롤은 분장 거의 없이 나옴. 나머지 사람들은 엉클 페스터 분장을 달고 나온다... 앞으로 지난번 이야기했던 <돈 카를로>, <또 조반니>와 <겨울나그네>가 예정돼 있다. 제일 가까운 일정은 7월 초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브람스 레퀴엠>. 또 조반니는 메트 꺼 이전에 7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먼저 뛰기로 되어 있다. 돈난나 맡는 올가 페트리티아코랑 오랜만에 재회할 예정. 얼마 전 쉰 일곱번 째 생신을 맞이하셨는데 연세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세계에서 제일 연로한 돈 조반니가 될까 봐 쫄려... 제발 레파투어 좀 늘려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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