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하는 블로그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 (Kindertotenlieder) 본문

팬질/음악 이야기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 (Kindertotenlieder)

willow77 2021. 6. 17. 15:47

2015년 나온 말러 가곡집. 하이튼 이 아저씨 음반은 디자인이 다 이모양...


말러는 공연에서 교향곡 1, 2번만 두어 번 들어본 적 있지 제대로 접해본 것은 마테이 때문이었다. 그는 2015년에 말러 가곡집을 냈었다. 그 안에는 독일의 민중시 모음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영감 받은 가곡 6곡과 말러가 20대 때 자작한 네 편의 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로 만든 가곡, <뤼케르트의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이 담겨 있다. 말러 교향곡을 먼저 듣고 가곡은 마테이 빠질 후 나중에야 접했는데 들어보니 교향곡 1, 2번 주요 멜로디가 가곡집에 가사가 붙어 동일하게 진행됐다. 찾아보니 말러 교향곡 제1번부터 제4번까지를 ‘뿔피리 교향곡’이라고 하고 교향곡 제5, 6, 7번을 ‘뤼케르트 교향곡’이라고 부른다더라.

아내 알마와 두 딸 마리아 안나와 안나


말러의 음악은 바그너랑 비슷한 면이 있는데 바그너처럼 비호감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바그너의 열렬한 추종자 중 한 명이었는데 지휘자 경력을 시작한 후에는 기회가 될 때마다 바그너의 오페라들을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근데 정작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는 말러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싫어했다. 그냥 싫어하고 마는 정도가 아니라 말러가 하는 일에 하나하나 참견하며 커리어를 방해했다고. 더 슬픈 것은 말러의 음악 역시 1950년대까지 나치 정권 하에서 연주가 금지됐었다. 애초에 왜 바그너빠였는지 의문스럽다.

말러는 커리어 말고 사생활에서도 부인의 불륜이라든지 심장병 진단을 받는 것이라든지 작곡에 전념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억지로 지휘를 한 것이라든지 등등의 짠내 풀풀 나는 스토리가 굉장히 많은데 가장 큰 비극은 딸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이 비극은 그가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시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로 가곡을 만들고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로서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벌어졌다.

프리드리히 뤼케르트


뤼케르트가 시를 짓게 된 이유도 정말 슬픈데 뤼케르트에게는 6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1833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 막내딸 루이제가 성홍열에 걸린 닷새 뒤인 12월 31일 죽었다. 이어서 5살이던 에른스트 역시 같은 병에 걸려 1월 16일 죽었다. 뤼케르트는 남매를 한꺼번에 잃은 슬픔과 고통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했고 죽을 때까지 그 아이들의 초상화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죽은 뒤 6개월간 그는 하루 3∼4편의 시를 써서 추모했는데 모두 443편이나 되었다.

말러가 뤼케르트의 시에 공감을 느낀 이유는 말러가 가장 사랑했던 죽은 동생과 뤼케르트의 죽은 아들 에른스트가 서로 이름이 같았기 때문. 그 이후에 말러의 딸도 죽었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말러는 뤼케르트의 수많은 시 중 죽음을 의미하는 암흑과 구원을 상징하는 빛을 대비 시켰다. 태양, 촛불, 별 등 빛을 표현하는 시구가 들어 있는 시만을 선택했고, 악보에 ‘이 다섯 곡은 나눠질 수 없는 완전한 연가곡임으로 중단 없이 연주되어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죄다 캔슬된 1년 6개월 동안 마테이는 오페라 공연은 못했지만, 말러 가곡으로 온라인 공연을 꾸준히 했다. 대부분 본인 앨범 수록곡들을 불렀는데 이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로도 여러 번 공연했다. 내용을 모르고 들었을 때는 말러의 다른 가곡들에 비해 너무 우울하고 어두워서 들을 맛이 안 나는데 곡에 대한 뒷이야기를 알고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정말 개슬프다. 그리고 말러의 경력 후반 작곡된 웅장하고 화려한 교향곡들과 다른 소소함과 감미로움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래는 지난 5월 파비오 루이지(Fabio Luisi)랑 로열 콘체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와 함께한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 온라인 공연.


제1 -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아침의 풍경을 그린다. 태양은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데 우리 집의 ‘작은 등불은 꺼져 버렸다’라는 시구를 네 번 반복하지만 각 절마다 미묘한 변형으로 표현한다.

제2 - 아이가 병으로 신음하면서 뜨거워진 눈빛을 보고 천국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깨닫는 내용. 사무치게 아이를 그리는 아버지의 독백이 백미.

제3 - 엄마가 들어설 때 항상 같이 곁에 있던 아이가 있었던 것을 회상하는 내용. ‘기쁨의 빛이 너무나 빨리 꺼져 버렸네’라며 탄식하는 애절함이 서려 있다.

제4 - 아이는 죽었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외출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아이는 먼저 떠났고 곧 자기도 아이도 있는 곳으로 따라갈 것이라는 내용. 유일하게 밝은 곡이지만, 실상은 정신승리 하는 곡이다.

제5 - 폭풍우 속에서 아버지가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고통을 표현한 뒤, 하늘나라에서의 아이들의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듯 자장가를 부르며 섬세하게 표현하다. 밝았던 제4곡과 달리 갑자기 폭풍우가 스산한 날씨 속 장례식 풍경 같은 비통함이 느껴진다.


1.

Nun will die Sonn’ so hell aufgehn,
Als sei kein Unglück die Nacht geschehn!
Das Unglück geschah nur mir allein!
Die Sonne, sie scheinet allgemein!

Du mußt nicht die Nacht in dir verschränken,
Mußt sie ins ew’ge Licht versenken!
Ein Lämplein verlosch in meinem Zelt!
Heil sei dem Freudenlicht der Welt!

이제 태양이 찬란하게 떠오르려 하네.
마치 밤사이 아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불행은 나에게만 일어났구나
태양은 온누리에 비치네

마음 속에 밤을 오래 머무르게 하지 말거라.
밤은 영원한 빛 속에 사라지게 해야하지.
내 맘속 작은 등잔불이 사라져 가네.
만세, 이 세상의 기쁜 빛이여!

2.

Nun seh’ ich wohl, warum so dunkle Flammen
Ihr sprühtet mir in manchem Augenblicke.
– O Augen! – Gleichsam, um voll in einem Blicke
Zu drängen eure ganze Macht zusammen.

Doch ahnt’ ich nicht, weil Nebel mich umschwammen,
Gewoben vom verblendenden Geschicke,
Daß sich der Strahl bereits zur Heimkehr schicke,
Dorthin, von wannen alle Strahlen stammen.

Ihr wolltet mir mit eurem Leuchten sagen:
Wir möchten nah dir bleiben gerne!
Doch ist uns das vom Schicksal abgeschlagen.
Sieh’ uns nur an, denn bald sind wir dir ferne!

Was dir nur Augen sind in diesen Tagen:
In künft’gen Nächten sind es dir nur Sterne.

왜 그토록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구나.

몰랐었다. 그때 내 마음은 어두웠기에
너희들이 빛의 원천인 천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너희들은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지:
저희는 아버지 곁에 있고 싶지만
그것은 이룰 수 없는 운명이에요.
곧 멀리 떠나려는 우리를 보아 주셔요.

날마다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밤마다 반짝이는 별이 되어서

3.

Wenn dein Mütterlein
Tritt zur Tür herein,
Und den Kopf ich drehe,
Ihr entgegen sehe,
Fällt auf ihr Gesicht
Erst der Blick mir nicht,
Sondern auf die Stelle,
Näher nach der Schwelle,
Dort, wo würde dein
Lieb Gesichtchen sein,
Wenn du freudenhelle
Trätest mit herein,
Wie sonst, mein Töchterlein.

Wenn dein Mütterlein
Tritt zur Tür herein,
Mit der Kerze Schimmer,
Ist es mir, als immer
Kämst du mit herein,
Huschtest hinterdrein,
Als wie sonst ins Zimmer!
O du, des Vaters Zelle,
Ach, zu schnell, zu schnell,
Erloschner Freudenschein!

네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나는 네 엄마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나의 시선은
네 엄마에게보다
문 주위를 향한다.
너의 귀엽고 작은 얼굴이
있곤 했었던.
네가 기쁘게
뛰어들어 온다면
언제나 그랬듯, 나의 귀여운 딸이여

네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너도 같이 따라
들어오는 것만 같다.
아, 나의 귀여운 딸아
이 아버지의
유일한 기쁨은
너무나도 빨리 사라져버렸다.

4.

Oft denk' ich, sie sind nur ausgegangen,
Bald werden sie wieder nach Hause gelangen,
Der Tag ist schön, o sei nicht bang,
Sie machen nur einen weiten Gang.


Jawohl, sie sind nur ausgegangen
Und werden jetzt nach Hause gelangen!
O, sei nicht bang, der Tag is schön!
Sie machen nur einen Gang zu jenen Höh’n!


Sie sind uns nur vorausgegangen
Und werden nicht wieder nach Hause gelangen!
Wir holen sie ein auf jenen Höh’n
Im Sonnenschein! Der Tag ist schön auf jenen Höh’n!

아이들은 잠깐 외출했을 뿐이야,
곧 집에 돌아오겠지.
이 세상은 아름다우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자
아이들이 좀 오래 밖에 있을 뿐.

외출했을 뿐
곧 돌아올 거야
두려워 말자, 이 세상은 아름다우니
아이들은 천국으로 떠났을 뿐이다!

우리보다 먼저
집에 다시 돌아오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도 천국으로 아이들의 뒤를 따라가는 것.
그 광명이 넘치는 평화로운 천국으로

5.

In diesem Wetter, in diesem Braus,
Nie hätt’ ich gesendet die Kinder hinaus;
Man hat sie hinaus getragen,
Ich durfte nichts dazu sagen.

In diesem Wetter, in diesem Saus,
Nie hätt’ ich gelassen die Kinder hinaus,
Ich fürchtete sie erkranken;
Das sind nun eitle Gedanken.

In diesem Wetter, in diesem Graus,
Nie hätt’ ich gelassen die Kinder hinaus;
Ich sorgte, sie stürben morgen,
Das ist nun nicht zu besorgen.

In diesem Wetter, in diesem Braus,
Nie hätt’ ich gesendet die Kinder hinaus;
Man hat sie hinaus getragen,
Ich durfte nichts dazu sagen.

In diesem Wetter, in diesem Saus, in diesem Braus,
Sie ruh’n als wie in der Mutter Haus,
Von keinem Sturm erschrecket,
Von Gottes Hand bedecket.
Sie ruh’n wie in der Mutter Haus!



이렇게 폭풍이 부는 날씨에
아이들을 절대 밖에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누군가가 아이들을 데려가 버렸다.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폭풍이 부는 날씨에
아이들을 절대 밖에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병이라도 앓을까 걱정했지만,
그것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험한 날씨에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지 않았는데
언젠가는 죽으리라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그 두려움도 없어졌다.

이렇게 폭풍이 부는 날씨에
아이들을 절대 밖에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누군가가 아이들을 데려가 버렸다.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폭풍이 치는 험한 날씨에
이렇게 비바람 치는 날씨라도 그들은 잠들고 있겠지.
엄마 곁에 있듯
폭풍의 두려움도 없이
하느님 곁에, 엄마 곁에 잠들고 있겠지, 잠들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