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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이로 듣는 북유럽 음악] Florez och Blazeflor 본문
19세기 민족주의 열풍으로 노르웨이에선 그리그가, 핀란드에선 시벨리우스가, 덴마크에선 우리나라에서나 무명인 카를 닐센이 탄생했건만, 같은 북유럽인데도 스웨덴은 해외에서도 먹히는 걸출한 음악가를 못 배출해 냈다. 그나마 유명한 인물이 현 예테보리 심포니를 만든 빌헬름 스텐함마르(1871~1927).

스톡홀름에서 피아노와 오르간 작곡을 배운 스텐함마르는 바그너와 브람스의 영향을 받은 북유럽 후기 낭만파 작품에서 고전주의 작품 연구를 통한 깊은 정서를 지향했다. 칸타타 ‘국민’이나 현악 세레나데, 교향곡 2번 등에서 스웨덴 민속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북유럽 색채를 보여준다. 작곡 활동도 틈틈이 했지만 지휘자로 더 유명했는데 1897년 처음 지휘자로 나선 후 1900년 스톡홀름 왕립 오페라 지휘자로 취임했다. 이후 1905년에는 스웨덴 역사상 최초의 프로 상설 관현악단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뒤 2대 수석 지휘자를 맡았다. 이때 동시대의 스칸디나비아 음악을 많이 상연했다고. 우리나라에선 듣보지만 스웨덴에선 그의 이름을 딴 성악경연대회도 열린다. 그 대회에서도 역시나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많이 입상한다(...)
<Florez och Blanzeflor>는 12세기 프랑스 운문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스웨덴 문학작품을 줄거리로 스텐함마르가 멜로디를 붙인 노래다. 가사는 동시대 활동했던 스웨덴 시인 오스카 레버틴(Oscar Levertin)이 붙였다. 노래 제목인 Florez와 Blanzeflor는 사람 이름으로 이교도 왕자인 Florez가 바빌론 왕과 결혼하기로 약정된 Blazeflor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1895년 초연된 이 작품은 북유럽 사람들 아니면 들을 일이 딱히 없는데 마테이가 불러서 알게 됐다. 아 자료도 다 스웨덴어로 되어 있고 검색해도 거의 안 나와서 사실 위에서 한 얘기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

암튼 1994년에 예테보리 심포니가 장장 CD 4장에 걸쳐 녹음한 스텐함마르 앨범에 서른도 채 안된 꼬꼬마 바리톤 마테이가 부른 이 노래가 수록돼 있다. 예테보리 심포니는 80년대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북유럽에서나 알아주는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근데 1982년 녹음 활동이 활발했던 네메 예르비가 취임하면서 스웨덴 음반사 BIS와 함께 스텐함마르를 비롯한 시벨리우스, 닐센, 그리그 등등 북유럽 작곡가들의 음반을 녹음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80년대 후반에는 도이치 그라모폰이랑 계약하면서 북유럽 음악 외에도 여러 음반을 출시했고 1997년에 ‘스웨덴 국립 관현악단’이란 호칭도 받았단다. 22년간 초장기 집권한 네메 예르비 이후엔 마리오 벤차고가 2007년까지, 구스타프 두다멜이 2012년까지 있었을 만큼 크게 성장했는데 덕분에 네메 예르비는 퇴임한 후에도 명예 수석 지휘자 자격으로 종종 함께 한단다. 스텐함마르 앨범 역시 그 시기에 나왔고, 네메 예르비가 아들내미도 꽂아줬는지 마테이 노래는 파보 예르비가 지휘해 녹음했다.
9분 가량 이어지는 이 곡은 앞서 말한 대로 브람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 감미로운 선율이 아름답다. 사랑 이야기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장애물이 있기에 중간중간 위기를 암시하는 듯한 멜로디도 같이 흐른다. 관악기를 중심으로 한 메인 멜로디가 특히 예쁜데 말미에 오보에→클라리넷→현악기로 넘어가는 구간이 인상적이다.
1994년에 예르비랑 녹음한 <Florez och Blanzeflor>는 2010년에 BIS에서 발매한 마테이 앨범 <A KALEIDOSCOPE>에 담겨있다. 마테이도 네메 예르비 취임 후부터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예테보리 심포니랑 함께한 앨범이 몇몇 있다. <A KALEIDOSCOPE>는 마테이가 국제적으로도 먹어주고나니 기존 BIS에서 참여했던 노래만 쏙쏙 뺀 음반으로 젊은 시절 녹음한 노래가 대부분이라 덜 익은 듯한 마테이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최근인 2020년 3월, 코로나19 땜에 공연이 죄다 취소되면서 스웨덴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이랑 한 온라인 공연에서 마테이가 저 노래를 다시 불렀는데 30년 가까이 지나서인지 1994년에 부른 거랑 비교하면 아예 다른 사람으로 들릴 만큼 목소리가 되게 많이 다르다. 확실히 옛날엔 비음도 더 섞인거 같고 묵직한 면이 거의 없음. 지금이 훨씬 좋음.
Florez och Blanzeflor
När aftonrodnan sin rosenkorg tömde
i den flyende dagens spår,
och maj i sitt vårliga töcken gömde
allt hagtornens blomstersnår,
om blommas och vitblommas kärlek jag drömde,
om Florez och Blanzeflor.
Det var två konungabarn som lekte
med spiror och äpplen av gull,
varandra som bi och blomma smekte,
då våren av doft stod full,
och äppelblommornas snöfall blekte
all örtagårdens mull.
Det var två konungabarn, som redo
till bröllop en sommardag,
medan lekarna nyckelharporna vredo,
och burgundern rann röd över lag,
och ängarnas klöver ångorna spredo
i starka, kryddade drag.
Det var ett konungapar, som i gamman
vid härden i högsätet satt,
njöt tårarnas sorgdyck samman
och samman festernas skratt,
tills döden slog aska på spiselflamman
och tog dem en kärleksnatt.
När aftonrodnadens facklor blänkte
vid den döende dagens bår,
och maj i sin skymningsslöja sänkte
min ensamma vandrings spår,
på blommas och vitblommas kärlek jag tänkte,
på Florez och Blanzeflor.
Florez와 Blanzeflor 발번역
저녁이 장밋빛을 잃었을 때
길고 따뜻했던 그 날,
5월의 봄 안개 속에 안겨
나는 꽃과 흰 꽃의 사랑에 대해 꿈꾸었습니다.
Florez와 Blanzeflor에 대하여
아름다운 토양 위에
사과 꽃에 맺힌 눈이 희미해졌을 때
왕실에서 탄생한 두 아이는
sceptre와 금으로 만든 orb를 갖고 놀며
벌과 꽃이 노니는 것처럼
서로를 봄의 향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왕실에서 탄생한 두 아이는
여름날, 결혼식을 열고
바이올린 선율 속에서
와인이 만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흩어진 클로버들은
그날의 저녁을 향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죽음을 불에 던져 재가 될 때까지
두 사람은 사랑의 밤을 보냈습니다.
저녁의 불꽃이 타오를 때
생에 마지막 날
황혼이 얼굴을 감싸는 5월
외로운 방랑의 문턱에서
나는 꽃과 흰 꽃의 사랑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Florez와 Blanzeflor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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