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대구오페라하우스
- 광란의오를란도
- 대구오페라극장
- The Met: Live in HD
- 테너 유준호
- 엘자 반 덴 히버
- 필립 자루스키
- 페테르 마테이
- 서울시오페라단
- 메트 오페라 하우스
- 마틴 쿠제이
- 볼프강 아블리어 슈페르하케
- 안드레아스 볼프
- 푸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 바리톤 이동환
- 오페라
- 피터 마테이
- 피가로의 결혼
- Freiburger Barockorchester
- 돈 지오반니
- Krzysztof Warlikowski
- 줄리오 프란디
- 메트 오페라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 돈 조반니
- Le Nozze Di Figaro
- 살로메
- Peter Mattei
- Don Giovanni
- Elza van den Heever
- Today
- Total
숨어서 하는 블로그
메가박스 돈 조반니 잡담 본문

메가박스에서 개봉한 메트 <돈 조반니>를 보고 왔다. 극장에서 오페라 본 게 처음인데 생각한 것보다 정말 괜찮았다. 마테이 얘기부터 하자면 2002년에 엑상프로방스에서 한 <돈 조반니> 이후 20년 만에 최고 비주얼 경신함. 돈ㅈㄹ 한다, 위선적이다 뭐다 해도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 데려다 예쁘고 잘생기게 찍어 최고의 상품 만드는 것은 그 어떤 극장도 메트를 못 따라간다. 게다가 이번 건 메트의 구린 연출도 아니라 더 좋았음 ㅠㅠㅠㅠㅠㅠ 마테이는 현대 배경 프로덕션을 꽤 많이 하는 편이라 무대에서 수트를 입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뭐 영상물 자체도 몇 개 없긴 하지만 그 속에서 맘에 드는 게 없었다. 2006년 파리에서 한 <피가로의 결혼> 정도 괜찮았는데 이외에는 키가 커서 그런 건지 디자이너를 잘못 만난 건지 옷 핏이 죄다 쒯이었음. 200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예브게니 오네긴>으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근데 이번 메트에서 여태 못 봐서 한이 됐던 쩌는 수트핏이 계속 나옴. 의상도 세 벌이라 눈이 호강했다. 기본으로 입고 다니는 검정 수트는 뭔가 왼쪽 팔에 없는 완장이 보이는 듯한, 상주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체형을 정말 돋보이게 해줬음. 그 위에 입은 트렌치 코트도 개멋존멋. 핏도 이뻤고 하늘빛 도는 그레이 컬러가 작품 분위기랑도 무척 잘 어울렸다. 1막 파티 때 입은 베이지 수트가 정점. 특히나 남들 노래 부를 때 한 템포 쉬어가는 동안 꽃단장 다시 해서 그런건지 뽀송뽀송한 상태였음. 늘 봐오던 통 겁나 큰 바지가 아니라 체형에 딱 맞게 맞춰 무척 깔끔했고 손 베일 것 같은 바지 칼 각도 인상적이었다. 2막 피날레 때 입은 검정색 셔츠도 군더더기 없이 좋았음. 천년만년 돈 조반니만 할거냐고 뭐라 했는데 저 비주얼이라면 계속 해도 괜찮을 것 같다. ㅋㅋㅋ 이번 연출에서 돈 조반니는 세상 나쁜 놈, 천하의 죽일놈으로 나온다. 연출가부터가 <돈 조반니>의 본래 제목이었던 <벌 받은 탕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돈나 안나랑 사실은 썸이었다’라던가 ‘돈 조반니도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같은 해석 일체 없이 총으로 사람 협박하고 강간하고 폭력 저지르는 쓰레기로 설정됐는데 마테이 비주얼이 너무 훌륭해서 나쁜 놈으로 보이지 않았다. 엘비라랑 있으면 ‘아, 엘비라 부럽다’, 체를리나랑 있으면 ‘아, 체를리나 좋겠다’ 계속 이거만 반복…
라디오로 방송된 라이브를 먼저 듣고 갔었는데 극장 규모 때문인지 마테이도 평소에 부드럽게 부르는 부분을 다 힘줘 부르고 합이 안 맞는 가수들도 있어 영화관에서 이걸 보면 조금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손을 본 것인지 그때보다 훨씬 균형적으로 들렸고 거기에 영화관 사운드까지 더해지니 실제로 공연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지휘자 나탈리 스튀츠망은 테오르보도 사용하고 합주 때도 특정 악기가 강조되거나 강약 조절이 두드러지는, 바로크스러운 힘찬 해석이 돋보였는데 실공 때 아무리 열심히 연주해도 앞자리 아니면 거의 들리지 않는 테오르보 소리가 쳄발로만큼 크게 들렸고 통통 튀는 해석이 그대로 전해졌다. 가수들도 마찬가지였음. 그날 구멍은 마제토였는데 라디오에서 들었던 실수들 다 자연스러워졌고 합창 때 가수들 간 소리도 굉장히 매끄럽고 조화롭게 들렸다.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실공을 영화관에서 개봉할 때마다 현장에서 보는 것 같다는 홍보를 많이 하는데, 솔직히 영상 빼고 소리만 생각해도 실제 무대보다 훨씬 나음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예 다른 장르로 생각해야 할 듯. 영상도 땀에 쩔어 초췌한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잡아주면 어쩌지, 노래 부를때 못 생겨지는 얼굴을 줌 인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역시 오페라 영상물계의 대부답게 괜찮은 비주얼만 당기고 거의 상반신, 전신 위주로 찍어줬다. 1막 초반에 코멘다토레가 안 죽고 눈을 뜨고 있다던가(연출의 일부인 줄 알았음), 타이틀롤이 마제토 패기 전 아리아 부를 때 미끄러져 넘어질 뻔 한 것은 넘어가자.
공연과 별개로 메가박스에서 사고가 있었는데 예정된 시간 보다 무려 25분 늦게 시작했다. 뭐 영화관에서 광고 트느라 10분 정도 늦게 상영하는 것은 그러려니 했는데 광고 다 끝나고 비상시 대피사항, 영화관 매너 안내 후 암전도 다 됐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시작하질 않았다. 깜깜한 상태로 한참 있다 불 켜지고 상영은 안하고 ㅋㅋㅋㅋㅋ 공연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공연장 가 있는 사람들 데려다 놓고 뭐하는 짓? 영화관이지만 오페라 상영이라 관객 대부분이 중년 세대 이상이었는데 어떤 남자분께서 나가서 직원한테 상황을 알려주셨다. 보니까 영화 틀지도 않고, 안 틀었다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고 ㅡㅡ… 일반 영화였으면 이런 일이 있지도 않았겠지만, 보통 젊은이들의 경우 ‘뭐 곧 나오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기다렸을 텐데 사태가 발생하고 바로 나가서 확인하고 조치하는 으른의 모습이 왠지 멋있었다. 그리고 관객 나이대도 있고 클래식 애호가라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인 영화관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동질감? 같은 게 입장할 때부터 있었는데 사고 때문에 더 똘똘 뭉친 느낌이었다. 그 남자분께서 나간 다음, 어떤 젊은 남자분도 씩씩하게 걸어나갔다가 잠시 후 돌아왔는데 한 여자 관객분이 심각하게 “어떻게 된거래요?”라고 물어봤음. 근데 그 분이 “아, 저 화장실 갔다왔는데요?” 해가지고 관객들 다 빵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악 하나 안 나오던 고요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다들 겁나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이 일을 어영부영 넘어갔다면 전투력 만렙인 오페라 덕후들의 뭇매를 맞았을텐데 다행히 이후 퇴장할 때까지는 별 문제 없었고 나가는 중에 직원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영화나 공연 콘텐츠 볼 수 있는 초대권을 1인 1매 제공했다. 공연도 좋았던 지라 모두 훈훈하게 퇴장함. 인터미션이 없는 영화임에도 1막 끝나고 인터뷰 나가는 동안 관객들이 알아서 자체 인터미션 갖고 화장실 다녀오는 모습도 왠지 웃겼음 ㅋㅋㅋㅋㅋㅋ 가격은 실공 중저가 자리값에 버금가는 3만 7천원이었지만 이래저래 재밌었다.
메트에서의 마테이 얘기가 나와 첨언하자면, 최근 팬그룹에 마테이 흑역사가 올라왔다 ㅠㅠㅋㅋㅋㅋㅋㅋㅋ 크리스찬 반 혼(Christian Van Horn)이란 미국 베이스 바리톤이 애플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이 있다. 재작년에 영국 테너 앤드류 스테이플스(Andrew Staples)가 게스트로 나왔는데 코시국 때 스웨덴에서 마테이랑 무관중 <돈 조반니> 연출도 하고 노래도 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셋이 2020년에 메트에서 <보체크>를 했었음. 일요일 저녁, 마테이가 식사 후에 맥주를 마시러 가자고 해서 지휘자랑 넷이 바에 갔는데 술을 더 시키니까 매니저가 오더니 더 이상 술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마테이가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컴플레인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며, 정말 당신들 팬이고 노래도 좋아하는데 죄송하지만 나가시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저녁 7~8시 ㅋㅋㅋㅋ 세 사람은 조용히 나가려고 했는데 바에 들어가자 마자 맥주를 겁나 급하게 마시며 소리 지르던 마테이가 곱게 안나갈 기세로 추태를 부렸다고 한다.... 크리스찬 반 혼은 이날이 밤 9시 이전에 술집에서 쫓겨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ㅠㅠㅠㅠ 메트가면 친구도 잘 안 만난다면서요… 숙소에서 벤조나 튕기면서 조용히 지낸다면서요… 이 얘기하면서 앤드류가 “근데 그날 밤에 너가 영화 보러 가자고 하지 않았어?”라고 했는데 크리스찬이 “아니, 피터 마테이가 보러가자고 했어. 스타워즈 보러가자 그러고선 가서 잤어” 이러고 둘이 개웃음… 스타워즈 보러가자고 한거 보니까 빼박 마테이가 얘기했을 것 같다… 이 공연 쯤에 엄청 아팠었던걸로 아는데, 약주가 과했던 것은 아닐까….. 문제의 팟캐스트 48분경. 같이 연습했던 썰도 나오는데 오페라에서 메소드 연기하고, 이름 잘 못외운다고 놀리는데 들을수록 동료들 사이에서 어떤 느낌으로 통하는지 알 것 같아 슬프다 ㅠㅠㅋㅋㅋ 그래도 마더ㅍㅋ는 넘 심한 말 아니냐능ㅠ
https://podcasts.apple.com/gb/podcast/the-cvh-podcast/id1536806812?i=1000525856234
The CVH Podcast: ANDY STAPLES on Apple Podcasts
Show The CVH Podcast, Ep ANDY STAPLES - 17 Jun 2021
podcasts.apple.com
'팬질 >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터 마테이의 <사람이 좋다> (5) | 2022.03.27 |
---|---|
마테이의 극과 극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앨범 두 개 (0) | 2020.12.22 |
사회적 거리두기 돈 지오반니, 2020 (0) | 2020.07.06 |
미하엘 하네케가 연출한 돈 조반니, 2012 (0) | 2020.06.24 |